朴日緖(正日) GALLERY

모처럼 봄날인가 하였더니 봄비 끝에 황사에다 꽃샘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하얀 목련꽃은 지난밤 세찬바람에 추풍낙엽으로 널브러지고 몸집이 작은 새들은 꽃샘추위에 수풀 속에서 재잘 거린다. 애기목련, 별목련, 자목련 꽃에 딱새 부부가 자리를 옮겨 다닐 뿐 변덕스러운 봄날에 직박구리들만 신이 났다.

가을에 찾아와 이듬해 봄까지 머물다 돌아가는 겨울철새 밀화부리, 노란색 튼튼한 부리와 울음소리가 매우 인상적이며 귀엽고 예쁘다. 기후 온난화로 겨울철새들이 텃새화되어 살아간다는데 포근한 봄날 수목원에서 이들과의 만남이 이러한 연유가 아닐지…

어둠이 내리자 부엉이가 날았다. 늦은 오후 봄비가 멈추더니 구름을 헤집고 서쪽하늘이 열린다. 그늘진 숲 속에서 부엉이가 기지개를 켜고 날카로운 발가락을 감춘 다리 스트레칭으로 밤의 제왕 모드로 전환한다.

금호강 쪽으로 기울어진 용미봉 일원에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장관이다. 매해 이맘 때면 우청룡 금호대교 좌백호 와룡대교를 앞세운 용미봉은 홍매, 개나리, 진달래와 발아래 온갖 야생화들을 꽃피우고 있다. 공용주차장이 만들어지고 예전 황톳흙 오솔길은 층층 목계단에 야자매트를 깔아 용미봉 참꽃밭을 지나 손자봉, 할배봉을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꼬마물떼새는 3월경부터 도래하는 몸집이 작지만 동작이 아주 민첩하고 작은 곤충이나 무척추동물을 좋아하는 도요목 물떼새과 여름철새이다. 봄물 가득 잡아놓은 무논 연근 재배지에도 연분홍 치마 봄바람에 물새들이 노닐고 날갯짓에 봄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