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새 28

Jul.17

먹구름이 두터운 서쪽하늘은 소나기가 쏟아지고 뒤돌아 서면 엷어진 구름사이로 파란하늘이 열리고 뭉게구름이 피어 오른다. 숲으로 가려진 고목나무에 둥지를 마련한 호반새 부부는 삼복더위 무더운 하루가 짧다. 개구리,매미,미꾸라지를 물고 나타나면 갓태어난 둥지안 아기새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잠시 먹이를 주고 어미새가 모습을 감추면 아기새와 탐조인들은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어제는 모두가 돌아간 늦은 시간에 뱀을 물고 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영천 오리장림숲.

animal plants 2023.07.25

Jul.33

새를 찍는 것은 돈이 생기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날랜 새들을 순간 포착하는데서 작은 기쁨을 누릴 뿐이다. `새 관찰자`들은 그 단순한 자족을 위해 며칠씩 야영하는 수고를 감내한다. 그들에겐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자유의 시간이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자연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먹이를 물어오고 받아먹는 새들의 입은 정직하다. 새를 찍는 그들은 그 자연에서 온갖 우주의 법칙을 발견한다. 일견 무의미하게 보이는 기다림의 짜릿한 미학, 육추의 순간을 포착하고 난 뒤의 저릿한 마음, 이런 숭고한 향연은 잠시나마 인간의 못된 분별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처 : 경북매일 칼럼

animal plants 2022.07.27

Jul.32

호반새는 처음엔 여치와 매미와 같은 아주 작은 곤충을 잡아 먹이다가 점차 개구리와 쥐, 도마뱀 등을 닥치는 대로 물어와 바쁘게 둥지로 날아든다. 이소 할 즈음 둥지 앞까지 물어온 뱀은 이미 수없이 패대기를 쳐 죽은 상태가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살아 있는 뱀은 머리를 꿈틀대며 끝까지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어린 새끼들이 과연 삼킬 수 있을까 할 큰뱀도 물어다 주면 둥지 밖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이내 둥지 속으로 사라져 새끼들의 소화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여느해 보다 유난히 많은 뱀을 물어 오는 보기 드문 장면에 서원을 찾은 관광객들도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animal plants 2022.07.27